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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 할머니를 비롯한 어르신들이 "허리가 아프다", "삭신이 쑤신다", "어깨가 결린다" 등을 얘기하실 때면 대부분의 경우, 그분들은 그날그날의 날씨 탓을 하시면서 모든 걸 나이 탓으로만 받아들이셨습니다. 심지어 제 어머니 같으신 경우에는 그런 일반적인 통증들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의 일종인 ganglion cyst(결절종; 과도한 관절 사용 등으로 인한 관절이나 힘줄 주변에 관절액이 차서 발생하는 일종의 물혹)를 돌아가실 때까지 아마도 40년 넘게 가지고 사셨음에도 불구하고 이것 때문에 병원에 가신 적은 한 번도 없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약 20여 년 전부터는 국내에서도 예전에는 그냥 노화로 인한 자연적인 현상으로만 여겨졌던 근골격계질환을 작업 환경과 연결지어 생각하고 대처하기 시작했는데, 다른 나라들의 경우처럼 국내에서도 그 시작은 제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근골격계질환은 제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물류, 서비스, 공공 부문, 심지어는 주부들의 육아, 가사 노동에까지 그 영역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등의 대응 방식을 놓고는 평가가 많이 엇갈립니다.

유해요인조사, 법은 있는데 현장은?
보통 근골격계부담작업(MSDs(Musculoskeletal Disorders) 유발 작업)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힘든 일' 정도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법적인 해석으로는 근골격계부담작업이란, 반복 동작·부적절한 자세·과도한 힘 사용 등으로 근육·신경·힘줄에 누적 손상이 생길 수 있는 11가지 법정 작업 유형을 의미합니다. 하루 4시간 이상 키보드·마우스를 쓰는 것도 포함되고, 하루 10회 이상 25kg 이상 물체를 드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와 같이 근골격계부담작업에는 사무직도 포함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2장(제657조~제662조)은 사업주에게 이 부담작업에 대한 유해요인조사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신설 사업장은 1년 이내 최초 조사, 이후 3년마다 정기 조사, 질환자 발생이나 공정 변경 시엔 1개월 이내 수시 조사를 해야 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이걸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관련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직접 목격한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산업 현장의 경우, 조사 보고서는 있는데, 서랍 안에 있었습니다. 외부 컨설팅 업체에 맡겨 작성된 서류가 보관 기준인 5년 동안 손도 안 대고 쌓여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유해요인조사는 설비·공정·작업량 등을 실측하는 기본조사와 근로자의 통증 증상을 확인하는 증상조사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형식적인 설문으로 갈음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3년 주기 정기조사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립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주기적"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물류센터처럼 라인 구성이 매달 바뀌는 곳에서 3년은 사실상 무주기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빈번한 공정 변경이 있는 곳일수록 수시조사 사유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지만, 실무에서 이 기준이 느슨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유해요인조사 3대 유형: 최초조사(신설 후 1년 이내), 정기조사(3년마다), 수시조사(질환자 발생·공정 변경 시 1개월 이내)
- 11개 부담작업 기준: 키보드 집중 입력(하루 4시간↑)부터 25kg 이상 중량물 인양(하루 10회↑)까지 정량 기준으로 규정
- 위반 시 제재: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나, 실효성 있는 질적 감독 체계는 여전히 과제
- 서류 보존 의무: 유해요인 기본조사표·증상조사표 5년, 설비 개선 관련 서류는 해당 설비 존재 기간 전체
웨어러블 로봇, 기술이 법보다 빠르게 가고 있다
법과 제도가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동안, 기술은 꽤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로봇, 즉 착용형 외골격(Exoskeleton)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착용형 외골격이란 근로자가 몸에 직접 착용하여 특정 관절이나 근육에 가해지는 하중을 기계적으로 분산·보조해 주는 장치입니다. 배터리와 모터가 들어가는 동력형과, 스프링 탄성에너지만으로 작동하는 무동력형으로 나뉩니다.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는 무동력형의 대표 사례입니다. 무게가 3kg대로 가볍고, 배터리 충전이 필요 없어 충전 인프라가 없는 건설 현장에서도 바로 쓸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클래스트' 현장의 내장목공 천장 작업에 이를 도입한 결과, 어깨 관절 부하가 최대 60%, 삼각근 활성도가 최대 30% 줄었다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수치는 과장이 아닙니다. 어깨를 90도 이상 들고 30분만 작업해도 다음날 팔이 떨리는 걸 느껴봤다면, 60% 경감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바로 이해가 됩니다.
허리 쪽에서는 무동력 착용 로봇 BackX가 물류·제조 현장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허리 굽힘과 중량물 이송 시 요추에 가해지는 부하를 최대 66% 줄여주고, 보조력 강도를 1.5kg에서 5.4kg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3.2kg 경량 구조라 야외 작업에서도 큰 제약이 없습니다(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그래서 요즘은 "웨어러블 로봇만 있으면 근골격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라고 보는 분들도 가끔 있는데, 제가 보기엔 이 기술들이 궤도에 오르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기술들은 현재 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고,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사용 편의성에 만족도가 충분히 높지 않다는 점이 한계입니다.
AI 비전 기반 유해요인 자동 분석 시스템도 주목할 흐름입니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서 AI가 관절 키포인트를 실시간 추적해 OWAS(Ovako Working Posture Analysis System), REBA(Rapid Entire Body Assessment) 같은 인간공학 위험도 스코어를 자동 산출합니다. OWAS란 작업 자세를 코드화해 전신 부하를 평가하는 도구이고, REBA는 RULA(Rapid Upper Limb Assessment)보다 전신 부담을 더 폭넓게 반영하는 평가 방식입니다.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를 줄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 경험상 이건 꽤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문제는 역시 도입 비용과 운영 역량입니다.
결국 기술 혁신이 예방 체계를 바꾸고 있다는 것 자체는 분명하지만, 그 혜택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소규모·비정규·하청 근로자에게 닿지 않는 구조적 불균형이 지금 가장 큰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의 산재예방시설 융자 지원(300인 미만 우선지원 대상 사업장, 최대 10억~15억 원, 연 1.5% 고정금리)이 있긴 하지만, 지원 대상 품목 목록에 산업용 착용 로봇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실질적인 접근성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무직도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되나요?
A. 해당됩니다. 하루 4시간 이상 키보드·마우스를 집중적으로 조작하는 작업이 법정 부담작업 1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사무직은 관계없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전화상담원이나 출납사무원 등도 유해요인조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Q. 유해요인조사를 안 하면 실제로 처벌받나요?
A. 법적으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용노동부 감독이 서류 구비 여부 위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 현장 위험 제거 여부까지 확인하는 질적 감독은 아직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Q. 웨어러블 로봇 도입 비용이 부담스러운데 지원받을 수 있나요?
A. 300인 미만 우선지원 대상 사업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해 연 1.5% 고정금리로 최대 10억~15억 원의 산재예방시설 융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원 목록에 산업용 착용 로봇이 명확히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신청 전에 지원 품목 기준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한국의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는 법적 틀을 갖추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그 틀이 실제로 현장 노동자의 몸을 지키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유해요인조사는 서류로 완결되는 경우가 너무 많고, 웨어러블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은 대기업 중심으로 쏠려 있습니다.
제가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컨설팅을 30년 정도 해본 결과, 대기업의 경우에도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매우 형식적인 관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몇몇 대기업의 사업장들은 자의든 타의든 20년 이상 예방 관리를 꾸준히 해온 결과, 현장 작업장 개선 등 구체적인 예방 관리의 성과가 축적된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기업들의 경우, 진짜 변화는 조사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의 작업대 높이 하나, 공구 하나가 바뀌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들이 저같이 1년에 한 번 혹은 몇 년에 한 번 들어가서 전문적으로 현장을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체감이 되는데, 해당 기업의 현장 직원들의 경우 항상 접하는 현장이라 이런 변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하여 회사와 충돌하는 상황에 이르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이상적인 예방 관리는 노사 양측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현실적인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경우, 근골격계질환을 강제적인 법적 규제로만 여기지 말고 전체 생산성의 주요 요인이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조합의 경우, 예방 관리의 성과라는 것이 어느 하루에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그렇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 /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