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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통이란?(과잉 진단, 심리사회적 요인, 치료법)

LA로컬 2026. 8. 5. 09:40

목차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MRI를 찍고 "디스크가 좀 나왔네요"라는 말을 들은 적 있으신지요? 저도 몇 년 전 같은 말을 들었고, 그 순간부터 제 허리를 완전히 망가진 물건처럼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통증 없는 건강한 사람의 절반 이상에서도 MRI에 같은 소견이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교통사고 후 병원에 가서 MRI 등을 찍어보면 평소에 요통의 증상을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도 이와 같은 진단을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게 요통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겪고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솔직하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허리 부상과 요통

     

    MRI 결과가 전부가 아닌 이유 — 과잉 진단의 함정

    허리가 아파서 처음 병원 문을 두드리면, 의사 선생님은 보통 MRI를 권유합니다. 그리고 결과지에는 '추간판 돌출'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 이 판단이 얼마나 성급한 결론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통증이 전혀 없는 건강한 성인의 50% 이상에서도 MRI 촬영 시 추간판 돌출이나 퇴행성 변화가 발견됩니다. 여기서 추간판(Intervertebral Disc)이란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있는 쿠션 역할의 구조물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변형이 생기는 조직입니다. 쉽게 말해 얼굴에 생기는 주름처럼, 디스크의 변화 자체가 곧 통증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국제적인 요통 진료 지침(Clinical Guideline)은 적색 신호(Red Flags), 즉 마비·대소변 실금·체중 감소·발열 같은 위험 징후가 없다면 첫 4~6주간 영상 검사 없이 보존적 치료를 먼저 권장합니다. 그런데 실제 임상에서는 이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부 의료 기관에서는 경미한 증상에도 고가의 MRI를 바로 시행한 뒤, 즉각적인 시술이나 수술을 권유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The Lancet Low Back Pain Series).

    더 무서운 건 노시보(Nocebo) 효과입니다. 노시보 효과란 부정적인 정보를 접했을 때 실제로 증상이 악화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제가 MRI 결과를 받아 든 뒤 허리를 더 조심하게 되고, 움직이기를 꺼리게 됐던 게 바로 이 효과였습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 한마디가 회복을 오히려 늦춘 셈이었습니다.

     

    요약: 통증 없는 사람도 MRI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영상 검사 결과만으로 요통의 원인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추간판 돌출

     

    허리 통증의 85%는 원인 불명 — 심리사회적 요인을 놓치면 안 되는 이유

    요통 환자의 약 85%는 정밀 검사를 해도 명확한 구조적 원인을 찾지 못하는 비특이적 요통(Nonspecific Low Back Pain)에 해당합니다. 비특이적 요통이란 척추 골절, 종양, 감염처럼 특정 질환으로 설명되지 않는 요통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사실 이 개념을 처음 접하면 꽤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흔한 증상인데 80% 넘게 원인을 모른다는 게 사실 믿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최근 척추 의학 학계는 요통의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요통에 대한 접근을 생물심리사회적 모델(Biopsychosocial Model)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Low Back Pain Fact Sheet). 여기서 생물심리사회적 모델이란 질병을 단순히 신체적 이상으로만 보지 않고, 심리적 상태와 사회적 환경까지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법을 말합니다. 실제로 현대 연구들은 직장 내 스트레스, 우울감, 경제적 불안, 수면 부족 같은 심리사회적(Psychosocial) 요인이 요통의 발생과 만성화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요통의 원인을 크게 분류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기계적 원인 (약 97%): 근육·인대 손상, 추간판 및 후관절 퇴행, 척추관 협착증 등 — 움직일 때 악화되고 쉬면 나아지는 것이 특징
    • 연관 요통 (약 2%): 대동맥류, 신장 산통, 췌장염 등 내부 장기 질환이 허리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
    • 전신성 원인 (약 1%): 강직성 척추염 같은 염증성 척추관절병증, 척추 감염, 암의 전이 등

    이 분류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요통은 기계적 원인에 속하지만, 그 안에서도 심리사회적 요인이 통증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크게 좌우합니다. 뼈와 디스크만 들여다보는 진단은 이 퍼즐의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셈입니다.

     

    요약: 요통의 85%는 명확한 구조적 원인이 없는 비특이적 요통이며, 스트레스·우울·수면 부족 같은 심리사회적 요인이 통증을 만성화시키는 핵심 변수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 단계별 치료법 정리

    진단의 한계를 알게 됐다고 해서 "그냥 참아야 한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올바른 순서로 접근하면 수술 없이도 충분히 나아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급성 요통(6주 미만)이나 아급성 요통(6~12주; 여기서 아급성이란 병의 진행 속도가 급성과 만성의 중간 정도의 상태를 의미합니다)의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일상 활동을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하는 것입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무조건 침대에 누워 있는 게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합니다. 온찜질로 통증과 뻣뻣함을 먼저 줄이고, 마사지나 척추 도수치료로 움직임을 회복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약물 치료의 1차 선택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입니다. NSAIDs란 이부프로펜이나 나프록센처럼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는 계열의 약물을 말합니다. 그다음으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계열)을 사용하며, 마약성 진통제나 벤조디아제핀계 근이완제는 최후 수단으로만 고려합니다. 

    만성 요통(12주 이상)으로 넘어가면 치료의 중심이 바뀝니다. 운동 요법과 물리치료가 핵심이 되고, 약물은 보조 수단으로 밀려납니다. 통증이 지속될 경우 3차 치료로 고주파 신경 차단술(아블레이션), 주사 요법, 또는 수술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고주파 신경 차단술이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에 고주파 열을 가해 신경 전달을 차단하는 시술로, 수술 전 단계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미 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과 같은 위험 신호를 절대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마미 증후군이란 척수 끝에서 뻗어 나오는 신경 다발이 압박을 받아 엉덩이·회음부 감각이 마비되고 대소변 조절이 어려워지는 응급 상황을 말합니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제 경험상 허리 통증의 90% 이상은 기다리면 나아지지만, 이 신호만큼은 절대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요약: 급성 요통은 활동 유지·온찜질·소염진통제로 접근하고, 만성화되면 운동 요법 중심으로 전환하되, 마미 증후군 같은 위험 신호는 즉각 응급 처치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리가 아픈데 MRI를 꼭 바로 찍어야 하나요?

    A. 마비, 대소변 실금, 발열, 체중 감소 같은 적색 신호(Red Flags)가 없다면 국제 진료 지침상 첫 4~6주는 영상 검사 없이 보존적 치료를 먼저 권장합니다. 대부분의 급성 요통은 6주 안에 저절로 호전되기 때문입니다. 단, 위험 신호가 하나라도 있다면 즉각 검사가 필요합니다.

     

    Q. 디스크 탈출증이라고 들었는데 수술을 해야 하나요?

    A.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탈출증)이라도 신경학적 결손 없이 통증만 있는 경우, 대부분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됩니다. 수술은 마미 증후군처럼 신경 기능 손상이 명확하거나, 수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에 전혀 반응이 없을 때 고려하는 최후 수단입니다.

     

    Q. 허리가 아플 때 무조건 누워서 쉬어야 하나요?

    A. 오히려 반대입니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상 활동을 빨리 재개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장기간의 절대 안정은 근육 약화와 통증 만성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통증이 심할 때는 잠깐 쉬되,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낫습니다.

     

    Q. 스트레스가 허리 통증을 진짜로 악화시키나요?

    A. 네, 이는 제 경험이기도 하고 연구로도 뒷받침됩니다. 직장 스트레스, 우울감, 수면 부족 같은 심리사회적 요인은 요통의 발생과 만성화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특히 만성 요통 환자에게는 뇌와 신경계가 통증에 과민해지는 중추 감작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심리적 접근도 치료의 일부로 봐야 합니다.

     

    결론

    요통은 전 인구의 약 80%가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증상이지만, 그만큼 잘못된 정보도 많이 퍼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문제는 "어디가 망가졌느냐"보다 "몸 전체가 어떤 상태냐"를 먼저 보는 시각이 훨씬 중요합니다. MRI 한 장이 내 허리의 전부를 설명하지 않으며, 스트레스와 수면, 움직임 습관이 통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고 나면 접근 방식이 달라집니다.

    지금 허리가 아프다면 일단 적색 신호(Red Flags)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없다면 서두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명합니다.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해보고, 그 과정에서 수면·스트레스 관리도 함께 챙기는 방향을 권해드립니다. 허리를 고장 난 기계가 아니라, 회복할 수 있는 몸의 일부로 바라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b8jlwkLYn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