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일본의 근골격계질환 관련 자료를 조사하면서 일본 성인의 41.4%, 약 4,220만 명이 근골격계 통증을 안고 살아간다는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제가 2003년에 일본의 자동차 회사 몇 군데를 직접 방문하여 당시 미국과 한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가장 큰 산업재해 문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던 근골격계질환에 대해서 현황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으로는 일본의 작업 강도가 우리나라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특히 작업 속도(UPH(Unit Per Hour): 자동차 공장에서 "1시간 동안 생산하는 자동차 대수"를 뜻하는 핵심 생산 효율 지표)가 1.5배, 어떤 경우에는 거의 두 배에 이르러서 작업자들이 라인에서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하며 작업하는 것을 매우 인상 깊게..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 할머니를 비롯한 어르신들이 "허리가 아프다", "삭신이 쑤신다", "어깨가 결린다" 등을 얘기하실 때면 대부분의 경우, 그분들은 그날그날의 날씨 탓을 하시면서 모든 걸 나이 탓으로만 받아들이셨습니다. 심지어 제 어머니 같으신 경우에는 그런 일반적인 통증들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의 일종인 ganglion cyst(결절종; 과도한 관절 사용 등으로 인한 관절이나 힘줄 주변에 관절액이 차서 발생하는 일종의 물혹)를 돌아가실 때까지 아마도 40년 넘게 가지고 사셨음에도 불구하고 이것 때문에 병원에 가신 적은 한 번도 없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약 20여 년 전부터는 국내에서도 예전에는 그냥 노화로 인한 자연적인 현상으로만 여겨졌던 근골격계질환을 작업 환경..
유럽의 근골격계질환의 발생 현황이나 현장에서의 대응 체계 등은 어떤지 알아보았습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갖추고 정량적 위험성평가 도구까지 운용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격차는 생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간극이 어디서 생기는지, 제가 조사한 자료들의 내용을 중심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EU의 법적 프레임워크와 정량적 위험성평가 도구제가 직접 관련 지침들을 조사한 결과, EU(European Union: 유럽연합)의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정교하게 층위별로 쌓여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아래에 깔린 기본법이 1989년에 제정된 산업안전보건 프레임워크 지침(Directive 89/391/EEC(Europe..
미국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질환이 암이나 심혈관 질환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 일반적인 상식은 틀린 것 같습니다. 미국 성인 3명 중 1명꼴로 겪는 근골격계질환(MSDs: Musculoskeletal Disorders)은 연간 의료비 지출 1위 자리를 당뇨·심장병보다 훨씬 앞서 차지합니다. 그런데도 공공 연구 예산 배정은 전체의 2%도 안 됩니다. 이 괴리가 제가 이 주제를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발생 현황 —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일반적으로 미국 산업재해라고 하면 추락이나 기계 사고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처음 이 데이터를 들여다봤을 때도 그쪽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달랐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사업체 ..
근골격계질환 평가 도구는 90년대 초반 처음 나온 이후 그동안 꽤 많은 종류의 평가 기법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이 기법들에 대하여 설명하고, 현재 이 기법들의 효용성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부담 작업 기준, 법이 정한 선은 어디인가?국내에서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현장 평가 수행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근골격계부담작업 기준입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해당 작업이 반복 동작·과도한 힘·부적절한 자세처럼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11가지 작업 유형 중 어디에 해당되는지를 평가하게 됩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작업이 사업장에 있다면, 사업주는 유해요인조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56조~제662조)..
오랜 시간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컨설팅의 경험을 바탕으로 근골격계질환(Musculoskeletal Disorders, MSDs)이 얼마나 뚜렷한 근거 없이 오해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오해가 쌓여서 현장에서는 어떤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이 글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근골격계질환,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제가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들였던 1990년대 초반, 국내에서의 근골격계질환은 한국통신 114 안내작업자들을 시작으로 주로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처럼 특정 업종의 작업자들만의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본질적인 인식 수준은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제 판단입니다.근골격계질환(MSDs)이란 특정 신체 부위에 미세한 손상이 반복적으로 누적되어 근육, 힘줄,..
근골격계질환 관련 통증은 주로 육체적인 작업을 하는 제조업 등의 현장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사무실 현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들도 하루 8시간 의자에 앉아 일하면서 허리나 목이 뻐근해지는 경험을 하고, 어느 순간부터 퇴근 후에도 통증이 풀리지 않는 날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 글은 사무 인간공학(Office Ergonomics)과 관련하여 제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무실 현장에서의 문제는 '올바른 자세'보다 훨씬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고, 비싼 장비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따로 있었습니다.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였습니다일반적으로 인간공학에서는 최적의 앉은 자세는 무릎 각도 9..
요즘 미국에서는 기업의 근골격계질환(MSDs: Musculoskeletal Disorders) 예방 관리도 예전에 비하여 전문화되고 체계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 임직원의 근골격계질환(MSDs) 예방 관리를 가장 잘하는 선두 기업은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복지 솔루션 시장을 이끄는 힌지 헬스(Hinge Health)와 소드 헬스(Sword Health)입니다. 이들은 미국 대기업들이 임직원 복지 프로그램(Corporate Wellness)으로 가장 많이 도입하는 대표적인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그 성과 이면에는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뚜렷한 한계가 공존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디지털 근골격계 관리의 현황 및 실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비용 절감: 수치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
현장에서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컨설팅을 하던 초창기에 인간공학 교과서에 나오는 '직무 순환(Job Rotation)'이라는 개념은 그 당시로는 분명 참신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그 당시에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작업장 재설계의 한 부분으로의 직무 순환의 현장 적용을 열심히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얼핏 보면 매우 간단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 '직무 순환'을 현장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변수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얼마 되지 않아서 깨달았고, 조금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원래 내가 생각했던 수준의 직무 순환을 현장에 제대로 적용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직무 순환은 아직도 분명 쓸모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그 한계를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는 것..
이 글에서는 미국 대규모 사업장이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어떻게 규제하고, 산업별로 어떻게 대응하며, 그동안의 관리가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하여 제가 정리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규제 현실 — 강한 것 같지만 실제론 구멍이 많습니다사실 미국에는 현재 근골격계질환만을 직접 규제하는 연방 인간공학 표준(Federal Ergonomics Standard)이 없습니다. 2001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어렵게 만들어낸 규정이 의회에 의해 폐지된 이후, 지금까지도 복원되지 못했습니다. 90년대 초에 미국에서 인간공학을 공부하고 근골격계질환을 연구한 저는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꽤 당황했는데, 그러면 폐지 이후 기업들이 어떻게 규제받는지 바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현재 미국 직업안전보건청(OSHA: Occup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