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질환 문제를 가장 먼저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시도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미국도 아직까지 근골격계질환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해결할 문제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근골격계질환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동차 공장, 병원, 육가공 공장이라는 서로 전혀 다른 세 현장의 개선 대책에 대해서 비교 분석해 보았습니다. 공학적 대책,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미국 자동차 산업을 보면, 포드(Ford Motor Company)는 GSPAS(Global Study Process Allocation System)라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여기서 GSPAS란 신차 설계 단계부터 가상의 작업자를 3D 공간에 배치해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미리 계산하는 디지털 인..
OSHA 병원 eTool은 미국 직업안전보건청(OSHA: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이 개발한 웹 기반의 대화형 교육 및 자가 진단 도구입니다. 병원 내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직업적 안전 보건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행정적·공학적 통제 방안을 관리자와 근로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OSHA 병원 eTool을 처음 접했을 때, 그냥 미국 정부가 만든 딱딱한 매뉴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들여다보니 예상보다 훨씬 정교하게 부서별로 쪼개져 있었고, 병원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일터인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2021~2022년 기준으로 병원 근로자 100명당 3.2건의 업무 관련 부상·질..
호주 인구의 29%, 즉 730만 명이 만성 근골격계질환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믿기 어려웠습니다. 세 명 중 한 명꼴로 허리, 무릎, 관절이 망가진 채 일하고 생활한다는 뜻이니까요. 저는 그동안 호주가 막연히 산업 안전/보건을 포함한 근로자 복지가 잘되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직접 현장 자료를 들여다보고 호주의 근골격계질환 현황 및 대응책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호주 MSDs 유병률의 실체근골격계질환(Musculoskeletal Disorders, MSDs)이란 뼈, 관절, 근육, 인대 등 신체 운동 기관에 생기는 만성적인 손상과 기능 저하를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흔히 '허리디스크' 하나로만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로는 골관절염,..
요즘은 매일매일 컴퓨터 앞에 오랫동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목이 뻣뻣하고 손목이 저릿한 느낌이 오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처음 그런 감각을 느끼게 되면 그냥 피로 탓이거나 나이 탓이라고 보통은 넘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감각이나 증상은 단순 피로가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직업병 중의 하나인, 작업관련성 근골격계질환(Work-related Musculoskeletal Disorders)의 전형적인 초기 증상일 경우가 많습니다. 2023년 기준 업무상 질병 판정 건수의 무려 79%가 근골격계 질병일 만큼, 현재 이 문제는 제조업 공장이 아닌 사무실 책상에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일반 가정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국민 3명 중 1명이..
2018년 6,715명이었던 국내 근골격계질환 재해자 수가 2023년에는 1만 3,01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국내의 근골격계질환은 2000년대 초반부터 최소한 정부에 의해서 법적인 관리가 시작되었으니 그 관리의 기간이 20년 이상 되었는데 재해자 수가 이렇게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30여 년 동안 근골격계질환 예방 컨설팅을 해본 제 경험으로도 국내의 법은 꽤 촘촘하게 갖춰져 있고, 예방 관리를 능동적으로 충실히 하고 있는 현장들도 일부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숫자는 급격하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제 나름대로 따져봤습니다.법은 이미 촘촘하다, ..
인간공학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외부 환경(예를 들면 기계 환경 등; 보통 인간공학의 적용 분야는 Human-Machine Interface라고 정의)과의 문제를 없애거나, 그 부작용을 줄이도록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하고자 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공학은 실험실에서가 아닌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경험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산업 현장은 Human-Machine Interface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인간공학이 필요한 부분은 많이 있지만 약 30여 년 전부터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는 중화학 공업 시대에서 서비스 하이테크 산업 시대로의 변환 과정에서 더욱 심화된 '단순반복' 작..
국내의 경우에도 이제는 20년 넘게 법적 의무 조사를 이행하고, 첨단 보조 장비를 도입했어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아프다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 글은 왜 아직도 그런 문제점들이 만족스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인간공학적 개선 대책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공학적·관리적 개선이 만능이 아닌 이유일반적으로 인간공학적 개선 대책은 공학적(Engineering Controls), 관리적(Administrative Controls), 행동적(Behavioral Controls) 세 축으로 나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 공학적 개선이 가장 근본적이라는 것도 통용되는 상식입니다. 저도 근골격계질환 예방 관리 컨설팅을 시작하고 10년 정도가 되기까지는 그 논리를 별 의..
이번에 일본의 근골격계질환 관련 자료를 조사하면서 일본 성인의 41.4%, 약 4,220만 명이 근골격계 통증을 안고 살아간다는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제가 2003년에 일본의 자동차 회사 몇 군데를 직접 방문하여 당시 미국과 한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가장 큰 산업재해 문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던 근골격계질환에 대해서 현황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으로는 일본의 작업 강도가 우리나라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특히 작업 속도(UPH(Unit Per Hour): 자동차 공장에서 "1시간 동안 생산하는 자동차 대수"를 뜻하는 핵심 생산 효율 지표)가 1.5배, 어떤 경우에는 거의 두 배에 이르러서 작업자들이 라인에서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하며 작업하는 것을 매우 인상 깊게..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 할머니를 비롯한 어르신들이 "허리가 아프다", "삭신이 쑤신다", "어깨가 결린다" 등을 얘기하실 때면 대부분의 경우, 그분들은 그날그날의 날씨 탓을 하시면서 모든 걸 나이 탓으로만 받아들이셨습니다. 심지어 제 어머니 같으신 경우에는 그런 일반적인 통증들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의 일종인 ganglion cyst(결절종; 과도한 관절 사용 등으로 인한 관절이나 힘줄 주변에 관절액이 차서 발생하는 일종의 물혹)를 돌아가실 때까지 아마도 40년 넘게 가지고 사셨음에도 불구하고 이것 때문에 병원에 가신 적은 한 번도 없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약 20여 년 전부터는 국내에서도 예전에는 그냥 노화로 인한 자연적인 현상으로만 여겨졌던 근골격계질환을 작업 환경..
유럽의 근골격계질환의 발생 현황이나 현장에서의 대응 체계 등은 어떤지 알아보았습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갖추고 정량적 위험성평가 도구까지 운용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격차는 생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간극이 어디서 생기는지, 제가 조사한 자료들의 내용을 중심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EU의 법적 프레임워크와 정량적 위험성평가 도구제가 직접 관련 지침들을 조사한 결과, EU(European Union: 유럽연합)의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정교하게 층위별로 쌓여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아래에 깔린 기본법이 1989년에 제정된 산업안전보건 프레임워크 지침(Directive 89/391/EEC(Europe..